- 나와 같이 있자, 메테이온……….*
정신을 차리면 맞잡은 손은 없고, 허기 같은 공허만이 스며든다.
사드락거리는 자정향(紫丁香), 직선으로 뻗은 실구름을 따라 두 사람이 달린다. “어서 와, 메테이온! 더 빨리!” “가고 있어, 헤르!” 주변은 전부 사멸한 지 오래인데, 다만 연속적인 절경이 시야의 절정을 이끈다. 발산하는 사파 이어 블루와 궤멸한 지성체의 사해 위로 자살하는 꽃과 달, 별들. 소리 높여 지저귀는 옥충 그리고 떼 지어 이동하는 반딧불게르치. 소행성의 충돌로 생긴 틈으로부터 생긴 구멍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엔 데카테세라의 유성우가 성겼다. 마치 찰나의 흐름조차 보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신 형체다. 우유색 빗줄기는 온 세상을 적시고 흘러내린다. 이곳은 나바테아를 지독히도 닮았으며 그보다도 곱절은 아름답다. 메테이온은 굳세게 믿어 마지않는다. 절멸하는 것들도 분명 조화로움을 만들어낸다고.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영원토록 함께한다면 세계가 다시금 무너진다 해도 종언을 읊을 일은 없을 것이다.
뒤집힌 라퓨타, 공중의 존재는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나 중력과 중심이 뒤바뀐 세상이라도 외롭지 않다, 단 한 번의 손길만으로 메테이온은 헤르를 잡을 수 있다. 손안에 쉬이 잡히는 세계, 메테이온이 헤르에게 뛰어드는 것으로, 두 사람은 절벽을 앞두고 뒤엉켜 구른다. 너, 계속 뛰면, 큰일 나! 아하하, 그렇지만 여기가 가장 예쁘단 말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치모네 헤르가 천천히 메테이온을 끌어안는다. 규칙적인 손길이 머리카락과 날개를 헤집는다. 왜냐면 여긴 내가 죽은 곳이잖아. 메테이온은 눈을 뜬다.
정신을 차리면 맞붙은 몸은 없고 허기 같은 공허만이 스민다. 바람을 타고 속삭임이 울린다.
“그렇지만 말야, 나와 같이 있자, 메테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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